그림책을 함께 읽다 보면 아이가 ‘어머니’를 “아머니”, ‘우유’를 “오유”라고 읽는 순간이 있습니다. 다시 짚어 주면 “아, 어!” 하고 금방 고치는데, 다음 줄에서 또 바꿔 읽습니다. 자음은 거의 다 알고 받침 없는 글자도 제법 읽는 7살인데, 유독 ㅏ와 ㅓ, ㅗ와 ㅜ에서만 자꾸 미끄러집니다. 울산 남구에서 한글떼기 막바지에 이런 모습을 보고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번 글은 짧은 막대가 어느 쪽에 붙었는지 헷갈리는 아이 하나만 다뤄 보겠습니다.
이 헷갈림은 아이가 덜렁대서 생기는 게 아닙니다. ㅏ와 ㅓ는 긴 세로 막대 하나에 짧은 막대 하나가 붙은 똑같은 모양이고, 다른 점은 짧은 막대가 오른쪽이냐 왼쪽이냐 하나뿐입니다. ㅗ와 ㅜ도 위냐 아래냐만 다릅니다. 컵은 손잡이가 어느 쪽에 있어도 컵이고, 의자는 돌려 놓아도 의자입니다. 생활에서는 방향이 바뀌어도 같은 물건이라고 배워 온 아이에게, 글자만은 방향이 바뀌면 다른 소리가 된다는 약속이 낯선 것이 당연합니다.
“또 틀렸네” 하기 전에 아이가 어디에서 막히는지 두 가지로 나눠 확인해 보세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세 경우에 따라 손볼 곳이 다릅니다. 첫째라면 방향을 몸으로 익히는 놀이를, 둘째라면 입 모양을 함께 보는 연습을, 셋째라면 글자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짚으며 천천히 읽는 습관을 먼저 챙겨 주세요.
방향은 눈으로만 보면 잘 남지 않습니다. 몸으로 한 번 만들어 보고, 입으로 한 번 소리 내 보면 훨씬 오래 갑니다. 하루 10분, 한 가지씩이면 충분합니다.
몸으로 모음 만들기 — 아이가 차렷 자세로 서면 긴 막대(ㅣ)가 됩니다. 오른팔을 옆으로 쭉 뻗으면 ㅏ, 왼팔을 뻗으면 ㅓ입니다. 팔을 뻗을 때마다 “아!”, “어!” 하고 소리까지 내게 하세요. ㅗ·ㅜ는 젓가락 두 짝으로 만듭니다. 한 짝을 식탁에 가로로 눕히고 나머지 한 짝을 그 위쪽에 세우면 ㅗ, 아래쪽에 세우면 ㅜ입니다. “위에 있으면 오, 아래 있으면 우” 하고 소리 내며 몇 번 바꿔 보세요.
거울 앞에서 입 모양 보기 — ‘아’는 입을 크게 벌리고, ‘어’는 그보다 덜 벌립니다. ‘오’는 입술을 동그랗게 모으고, ‘우’는 더 작게 오므려 앞으로 내밉니다. 거울 앞에서 엄마 아빠와 번갈아 소리 내며 “지금 입이 커? 작아?” 하고 비교해 보세요. 소리를 입 모양으로 기억해 두면 글자를 볼 때 입이 먼저 엉뚱한 소리로 나가는 일이 줄어듭니다.
짝꿍 카드 뒤집기 — ‘아/어’, ‘오/우’, ‘거/고’처럼 짧은 막대 방향만 다른 글자 카드를 짝으로 만들어 뒤집어 놓고, 한 장씩 뒤집으며 읽습니다. 맞히면 카드를 가져가는 놀이식 규칙이면 아이가 먼저 하자고 합니다. 처음엔 두 장만, 익숙해지면 짝을 하나씩 늘려 주세요.
이 시기에 한 가지 피하면 좋은 것이 있습니다. ㅏ·ㅓ·ㅗ·ㅜ를 한꺼번에 몰아서 비교하는 연습입니다. 비슷한 것끼리 한자리에 모으면 오히려 더 섞입니다. ㅏ·ㅓ가 확실해진 뒤에 ㅗ·ㅜ로 넘어가는 편이 낫습니다.
놀이로 몇 번 익혔다면, 이제 아이가 틀렸을 때 바로 정답을 알려 주기보다 스스로 확인하게 해 볼 차례입니다. 일부러 엄마가 ‘거북이’를 “고북이”라고 잘못 읽어 보세요. 그리고 묻습니다. “엄마는 고북이라고 읽었는데, 너는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
아이가 “막대가 이쪽에 있으니까 ‘거’야!” 하고 근거를 대면 칭찬은 정답이 아니라 확인한 방법에 해 주세요. 내 생각과 이유를 말하는 짧은 토론식 대화는, 틀린 글자를 대신 고쳐 주는 것보다 아이 머릿속에 오래 남습니다. 아이가 다른 사람의 실수를 찾아내는 재미를 느끼면 자기 글자를 볼 때도 한 번 더 살피게 됩니다.
내년 초1이 되면 받아쓰기에서 ‘어머니’, ‘오이’, ‘우산’ 같은 낱말을 만나게 됩니다. 지금 방향을 확실히 잡아 두면 읽기뿐 아니라 쓰기에서도 같은 실수가 덜 나옵니다. 6세에 한글을 시작해 이제 막 낱말을 읽기 시작한 아이라면, 속도를 내기보다 모음 하나하나를 정확히 짚는 데 시간을 조금 더 써 주세요.
※ 아이마다 글자를 익히는 방식과 속도가 다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학습 조언이며, 방향 헷갈림이 글자 전반에서 오래 이어지면 담임 선생님이나 전문가와 상의해 보시길 권합니다.
모음 방향 연습은 화면 수업에서 한 가지만 주의하면 잘 맞습니다. 화상 화면에서 선생님이 몸으로 ㅏ를 만들어 보이면 아이 쪽에서는 좌우가 반대로 보여 ㅓ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몸 놀이는 아이가 직접 하고, 선생님은 글자 카드를 들어 보이거나 화면에 써서 보여 주는 편이 낫습니다. 기기에 따라 아이 자신의 화면이 거울처럼 뒤집혀 보이기도 하니, 아이는 자기 화면보다 책상 위 카드를 보며 따라 하게 해 주세요.
이 나이 아이는 20~30분 정도로 짧게 시작해 반응을 보며 늘려 가는 편을 권합니다. 오가는 시간이 없으니 유치원에서 돌아와 간식 먹고 잠깐 하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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