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역, 니은, 디귿, 리을’은 끝까지 한 번도 안 틀리고 외워요. 자음 카드를 보여 주면 이름도 척척 말하고요. 그런데 ㄱ 옆에 ㅏ를 붙여서 ‘이거 뭐라고 읽어?’ 물으면 한참 보다가 ‘기역아?’ 해요.” 서울 구로구에 사는 6세 아이를 둔 부모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열네 개 이름을 다 외운 아이가 ‘가’ 한 글자에서 멈추니 부모님은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틀린 건 아닙니다. 물어본 대로 ‘이 글자의 이름’을 붙여서 대답했을 뿐입니다. 유아한글을 시작한 집에서 자주 만나는 장면이고, 한글과외 첫 상담에서도 “이름은 아는데 왜 못 읽죠?”라는 질문으로 자주 나옵니다.
‘기역’은 ㄱ을 부르는 이름입니다. 사람으로 치면 “민준아” 하고 부르는 말이지요. 그런데 글자를 읽을 때 ㄱ이 내는 건 이름이 아니라 아주 짧은 ‘그’에 가까운 소리입니다. 읽기는 이 짧은 소리들을 이어 붙이는 일이라, 이름을 아는 것과 읽을 줄 아는 것 사이에는 한 칸이 비어 있습니다.
이름을 노래로 먼저 익힌 아이일수록 이 칸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머릿속에서 ㄱ과 ‘기역’이 한 덩어리로 묶여 있어서, ㄱ을 보면 ‘기역’이 먼저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ㄱ+ㅏ가 ‘기역+아’가 되는 것이지요. 아이 입장에서는 아주 논리적인 대답입니다.
집에서 어느 쪽이 비어 있는지 보시려면 세 가지만 해 보세요.
이름을 잊게 할 필요는 없습니다. 당분간 읽을 때는 소리로 부른다는 약속 하나만 만들어 주면 됩니다. 앉아서 하는 공부보다 짧은 놀이가 이 또래에 잘 맞습니다.
처음에는 ㄱ·ㄴ·ㅁ·ㅅ처럼 소리를 길게 늘이기 쉬운 자음 몇 개와 ㅏ 하나로만 시작하세요. 열네 개를 한 번에 바꾸려 하면 다시 이름 노래로 돌아갑니다. 하루에 두세 글자, 5분이면 충분합니다.
자음 이름은 나중에 꼭 필요합니다. 받침을 배울 때 “여기 기역 받침이 있네”처럼 글자를 가리켜 말할 때, 가나다 순서로 낱말을 찾을 때 이름이 쓰입니다. 그러니 외워 둔 이름은 그대로 둔 채, 지금은 소리가 먼저 나오도록 순서만 바꿔 주는 것이 목표입니다.
이 단계에서 서두를 이유는 없습니다. 6세에 이름과 소리를 나누는 연습을 천천히 해 두면, 7세에 한글떼기를 본격적으로 할 때 ‘가나다’ 줄이 훨씬 빨리 읽힙니다. 아이가 ‘기역아’라고 읽으면 웃으며 “맞아, 이름은 기역! 이제 별명으로 읽어 볼까?” 하고 넘겨 주세요. 틀렸다는 말보다 이 한마디가 훨씬 빨리 통합니다.
※ 아이마다 글자를 익히는 속도가 다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학습 조언입니다. 소리를 구별하는 것 자체를 많이 어려워하거나 말소리가 또래와 크게 다르게 느껴진다면 전문가 상담을 함께 받아 보시길 권합니다.
소리 합치기는 화면으로 하기 좋은 연습입니다. 선생님이 화면 위에서 자음 카드와 모음 카드를 천천히 붙이며 “그…아…가!” 하고 보여 주면, 아이는 따라 하며 입 모양까지 함께 봅니다. 아이 목소리가 바로 들리니 이름이 튀어나오는 순간도 그 자리에서 별명으로 바꿔 줄 수 있습니다.
이 또래는 20~25분 정도로 시작해 아이 반응을 보며 늘리는 편을 권합니다. 오가는 시간이 없어 짧게 자주 나누기 쉽고, 한글과외로 시작했다가 숫자 쪽도 같은 선생님과 함께 보시는 분이 많습니다.
구로구에서 아이와 함께할 선생님을 찾고 계시다면 구로구 동네 페이지도 함께 보세요. 수업이 화상이라 목록에 없는 동네도 똑같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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