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까지 세고 한 자리 덧셈도 합니다. 그런데 거실 벽시계를 보고 ‘몇 시야?’ 하고 물으면 한참 올려다보다 ‘몰라’ 합니다. 주방 전자시계에 뜬 숫자는 ‘일곱 시 사십 분’이라고 바로 읽는데, 바늘만 있는 시계 앞에서는 멈춥니다. 긴바늘이 3에 있으면 ‘3분’이라고 합니다.” 춘천에서 상담 문의를 주신 부모님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수학이 약한 아이인가 싶지만, 대개 그렇지 않습니다. 시계는 수를 세는 일이 아니라, 하나의 숫자판을 두 가지 방식으로 동시에 읽어야 하는 일입니다. 수 세기와는 종류가 다른 과제라서, 수를 잘 세는 8살도 여기서 한 번 걸립니다.
아이 입장에서 보면 규칙이 갑자기 두 겹이 됩니다. 짧은바늘이 3을 가리키면 그건 적힌 그대로 ‘3시’입니다. 그런데 긴바늘이 같은 3을 가리키면 ‘3분’이 아니라 ‘15분’이라고 읽어야 합니다. 적힌 숫자와 읽는 말이 다른 경험은 그때까지 거의 없었습니다. 숫자는 보이는 대로 읽는 것이라고 배워 온 아이에게는 알던 규칙이 깨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게다가 이 일에는 5씩 뛰어 세기가 숨어 있습니다. 긴바늘이 가리키는 자리를 눈금 하나하나 세면 느려서 쓸 수가 없고, 5·10·15처럼 묶어 세야 비로소 쓸 만해집니다. 또 60에서 다시 0으로 돌아가는데, 아이가 그동안 만난 수는 한 방향으로만 늘어났습니다. 돌아오는 수를 다루는 건 처음입니다. 그래서 전자시계는 읽고 바늘시계는 못 읽는 모습이 아주 흔하게 나옵니다. 전자시계는 적힌 숫자를 그대로 읽기만 하면 되니까요.
7세 무렵 ‘시계 보기’ 교재를 미리 한 번 풀어 본 집도 있습니다. 그때 손에 남은 건 보통 정시뿐이고, 그 상태로 더 잘게 읽는 과제를 만나면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이 섞여서 아이가 오히려 더 헷갈려 합니다.
시계 단원 문제집을 한 권 더 사는 건 보통 가장 마지막에 할 일입니다. 벽시계 하나 앞에 서서 2~3분이면 지금 어디까지 되는지 갈립니다.
많이 쓰는 방법 중에 시계 그림이 가득한 학습지를 매일 한 장 풀리는 것이 있습니다. 눈으로만 보고 답을 고르는 동안 바늘을 직접 돌려 본 경험은 늘지 않아서, 장을 아무리 채워도 실제 벽시계 앞에서는 똑같이 멈추는 경우가 많습니다.
확인이 끝났으면 한 번에 ‘몇 시 몇 분’까지 가지 않고 네 칸으로 나눠 올라가는 쪽이 오히려 빠릅니다. 저희가 상담에서 권하는 순서입니다.
급하게 볼 일은 아닙니다. 시각을 읽는 일은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초2에도 더 잘게 다시 나옵니다. 지금 할 일은 모든 시각을 맞히게 만드는 게 아니라, 벽시계를 올려다보는 걸 피하지 않는 아이로 남게 하는 것입니다.
※ 아이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학습 조언이며, 수 세기 자체가 또래보다 많이 느리거나 좌우·앞뒤 같은 방향을 오래 헷갈린다면 전문 기관 상담을 함께 권해 드립니다.
시계는 화면으로 다루기 좋은 주제입니다. 선생님이 화면에 시계를 띄워 바늘을 돌리면 아이가 바로 읽고, 반대로 아이가 집에서 만든 종이 시계를 카메라에 비추면 선생님이 “긴바늘 조금만 더 돌려 볼까?” 합니다. 같은 것을 같이 보고 있으니 설명이 길어지지 않습니다.
수업은 아이 집에 있는 물건에서 시작합니다. 새 교재를 사서 1단원부터 가는 대신, 거실 벽시계와 종이 접시 하나로 20분을 씁니다. 오가는 시간이 없어서 주 2회로 짧게 자주 만들 수 있고, 그 사이에 부모님이 할 일은 하루 두 번 “지금 몇 시일까?” 묻는 것뿐입니다.
춘천에서 아이와 함께할 선생님을 찾고 계시다면 춘천 동네 페이지도 함께 보세요. 수업이 화상이라 목록에 없는 동네도 똑같이 가능합니다.
뛰어 세기에서 막힌 것인지 두 바늘에서 막힌 것인지 20분에 갈립니다. 상담과 체험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