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터 20까지는 보지 않고도 씁니다. 그런데 숫자 카드에서 0이 나오면 손이 멈춥니다. ‘이건 뭐야?’ 하고 물으면 ‘몰라’ 하고 넘겨 버립니다. ‘하나도 없다’는 말은 잘 쓰는 아이인데, 그걸 0이라고 쓰자고 하면 ‘그건 숫자 아니야’ 합니다. 다른 숫자는 다 아는데 이것만 왜 안 들어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노원구에서 문의를 주신 6세 아이 부모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 저희는 먼저 안심시켜 드립니다. 0은 아이들에게 거의 마지막에 오는 숫자입니다. 순서가 밀린 게 아니라 원래 뒤에 서 있는 숫자인데, 숫자 카드나 키패드에서 1~9와 나란히 보이니까 같이 알아야 하는 것처럼 보일 뿐입니다.
아이가 지금까지 익힌 숫자는 전부 세어서 만난 것들입니다. 사탕을 하나씩 짚으며 “하나, 둘, 셋” 하고 끝에서 멈춘 그 소리가 3이 되었습니다. 손으로 짚을 것이 있어야 숫자가 생겼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0은 짚을 것이 없습니다. 세기 시작도 못 한 자리입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셀 게 없는데 왜 숫자가 있지?”가 정직한 반응입니다. 그래서 “그건 숫자 아니야”라는 말은 떼를 쓰는 게 아니라, 아이가 지금까지 쌓아 온 규칙에 맞게 내린 판단입니다. 여기서 “0도 숫자야, 외워”라고 밀면 아이는 모양만 기억하고 뜻은 비워 둡니다. 나중에 10, 20을 쓸 때 0을 자리만 채우는 장식으로 다루게 되는 출발점이 이 지점입니다.
그래서 0은 세는 놀이로는 잘 안 들어갑니다. 들어가는 길은 따로 있습니다. 있던 것이 사라지는 장면입니다. 셋이 둘이 되고, 둘이 하나가 되고, 하나가 사라진 그 자리. 아이가 “어? 없어졌다”라고 말하는 순간이 0을 처음 만나는 자리입니다.
부모님 말씀처럼 아이는 ‘없다’를 이미 씁니다. 그런데 그 말과 숫자 0 사이에는 생각보다 긴 다리가 있습니다. 우리말에서 ‘없다’는 상태를 말하고, 0은 개수를 말합니다. 어른은 이 둘을 같은 것으로 보지만 아이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영 개’나 ‘제로’ 같은 말은 생활에서 들을 일도 거의 없습니다.
게다가 0은 읽는 법이 여러 가지입니다. 영, 공, 제로가 다 쓰이고, 전화번호에서는 ‘공’, 셈에서는 ‘영’이 되는데 그 구분을 알려 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7살, 8살이 되어서도 0을 ‘공’으로만 아는 아이가 흔한 이유입니다. 수를 못하는 게 아니라 말을 덜 들어 본 것입니다.
이 시기에는 숫자 이름을 교정하기보다 말을 여러 개 그대로 얹어 주시는 쪽이 낫습니다. “하나도 없네. 영 개네.” 두 문장을 붙여서 말해 주는 것만으로 다리가 조금씩 놓입니다. 한글떼기 때 같은 글자를 여러 책에서 다시 만나며 익는 것과 같은 방식입니다.
교재를 따로 사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루에 한두 번, 사라지는 장면이 생길 때 말 한마디만 얹으면 됩니다.
여기에 하나 더 권하는 건 아이에게 묻게 하는 일입니다. “엄마 접시엔 몇 개 있어?”를 아이가 묻게 하고, 일부러 빈 접시를 내밀어 보세요. 아이가 “영 개!”라고 답을 가로채면 그때 “왜 영 개야? 어떻게 알았어?”라고 되묻는 토론식 대화를 한 번 넣습니다. 아이가 자기 말로 설명하려 애쓰는 동안 머릿속에서 정리가 일어납니다. 설명이 엉성해도 고쳐 주지 않고 끝까지 듣는 편이 낫습니다.
초1 교과서에서 0은 생각보다 이르게, 그리고 조용히 나옵니다. 개수를 세는 칸에 아무것도 없는 그림이 끼어 있고, 뺄셈을 배우면서 3−3처럼 답이 0이 되는 식이 바로 나옵니다. 입학 전에 ‘영 개’라는 말을 입으로 해 본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는 이 대목에서 체감이 다릅니다. 반대로, 지금 0을 모른다고 해서 8살에 못 따라가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조금 앞서 말로만 만나 두면 충분한 자리입니다.
※ 아이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학습 조언이며, 아이의 발달에 대해 걱정되는 점이 오래 이어진다면 전문 기관 상담을 함께 권해 드립니다.
0은 설명이 길어지면 오히려 멀어지는 개념입니다. 그래서 수업도 짧게 자주 하는 쪽이 맞습니다. 선생님이 화면에 물건 세 개를 띄워 놓고 하나씩 지우며 아이에게 세어 보게 하면, 사라지는 장면이 한 화면에서 또렷하게 보입니다. 아이는 집에 있는 블록이나 과자를 손에 쥐고 같이 하면 되니 따로 준비할 교재도 없습니다.
수업은 25분으로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6살 아이에게 긴 수업은 숫자놀이를 숙제로 만들어 버립니다. 오가는 시간이 없으니 주 2~3회로 짧게 쪼개기도 쉽습니다. 수가 아직 열까지인 아이부터 초1 입학을 앞둔 아이까지 같은 선생님이 이어 봐 주면, 세기에서 0으로, 다시 더하기·빼기로 넘어가는 자리를 놓치지 않습니다. 한글수업을 같은 선생님과 함께 보시는 분도 많습니다.
노원구에서 아이와 함께할 선생님을 찾고 계시다면 노원구 동네 페이지도 함께 보세요. 수업이 화상이라 목록에 없는 동네도 똑같이 가능합니다.
관련 검색어: 노원구숫자놀이 · 노원구유아수학 · 노원구6살숫자공부 · 노원구화상과외
지금 0을 넣을 때인지 세기를 더 다질 때인지 20분이면 갈립니다. 상담과 체험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