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는 다 압니다. 받침도 쓰고 자기 이름도 잘 써요. 그런데 국어 공책을 펴 보면 글씨 한 자가 칸 두 개를 잡아먹습니다. 한 줄에 네 글자쯤 쓰면 줄이 끝나서 종이 밖으로 삐져나가고, ‘칸 안에 써’라고 하면 한두 글자는 작게 쓰다가 세 번째부터 다시 커집니다. 성의가 없는 걸까요?” 목포에서 문의를 주신 8살 아이 부모님 이야기입니다.
성의 문제가 아닙니다. 글씨 크기는 아이가 손을 얼마나 작게 움직일 수 있는지에 달린 일입니다. 글자를 아는 것과 그 글자를 정해진 칸에 넣는 것은 서로 다른 일이고, 뒤의 것은 아는 것보다 운동 능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야단을 쳐도 바뀌지 않고, 손이 자라면 저절로 바뀌기도 합니다.
연필을 쥐고 글씨를 쓸 때 어른은 손가락만 움직입니다. 손목은 책상에 닿아 있고 팔은 거의 가만히 있습니다. 그런데 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아이는 손가락이 아니라 손목으로, 더 어리면 팔꿈치와 어깨로 씁니다. 큰 관절로 움직이면 획이 커집니다. 글씨가 큰 게 아니라, 아이가 지금 쓸 수 있는 가장 작은 크기가 그만한 것입니다.
확인하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아이가 쓰는 걸 옆에서 2분만 보세요. 팔꿈치가 들려 있는지, 손목이 공중에 떠 있는지, 종이를 눌러 주는 반대 손이 따로 있는지를 봅니다. 팔꿈치가 들려 있고 손목이 떠 있으면 거의 확실합니다. 이때는 칸을 더 작게 주는 게 아니라, 손목을 책상에 붙이고 쓰는 자세를 먼저 잡아야 합니다.
연필 쥐는 모양도 함께 보십니다. 주먹처럼 움켜쥐거나 엄지가 검지를 덮고 있으면 손가락이 따로 움직일 수 없습니다. 7살 무렵까지는 흔한 모양이고 억지로 고치면 쓰기 자체를 싫어하게 되니, 세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닿는 짧은 연필이나 삼각 연필로 바꿔 주는 선에서 시작하는 편이 낫습니다.
바로 작은 칸에 쓰게 하는 것이 가장 흔한 실수입니다. 아이는 작게 쓰려고 애쓰다가 글자 모양이 무너지고, 무너진 글씨를 보고 또 지적을 받습니다. 순서를 거꾸로 가는 편이 빠릅니다.
먼저 지금 쓸 수 있는 가장 큰 칸을 줍니다. A4 한 장에 네 칸만 그려도 됩니다. 그 칸 안에 글자가 들어가면 성공입니다. 그다음 주에 칸을 조금 줄이고, 또 그다음 주에 한 번 더 줄입니다. 목표는 ‘작게 쓰기’가 아니라 칸이 바뀌어도 그 안에 맞추는 경험입니다. 그 경험이 쌓이면 국어 공책 칸은 그중 하나가 됩니다.
양도 줄이십니다. 글씨를 바로잡는 연습은 한 번에 다섯 글자면 충분합니다. 쓰기는 손목과 손가락을 쓰는 일이라 길게 하면 글씨가 반드시 무너지는데, 무너진 상태로 스무 글자를 쓰면 무너진 모양을 스무 번 연습한 셈이 됩니다. 짧게 자주가 길게 한 번보다 낫습니다. 초2로 올라가며 쓸 양이 늘기 전에 자세를 잡아 두면 그때가 훨씬 편합니다.
글씨 연습을 더 하는 것보다, 연필을 안 쥐고 손가락 끝을 쓰는 시간이 더 효과가 큽니다. 교재는 필요 없습니다. 하루 5분, 아래 중 하나만 돌려 쓰세요.
쓰는 글자는 아이가 좋아하는 말로 고르면 좋습니다. 간식 이름, 어제 본 만화 제목처럼 쓰고 싶은 말이면 다섯 글자가 길지 않습니다. 쓰고 나서 “어느 글자가 제일 칸에 잘 들어갔어?”라고 아이에게 골라 보게 하는 토론식 대화를 한 번 넣으면, 지적하지 않고도 아이가 자기 글씨를 보게 됩니다.
한글떼기를 막 마친 아이라면 글씨 모양을 당장 다듬지 않아도 됩니다. 읽기가 아직 더듬거리는데 쓰기 모양까지 지적하면 아이는 ‘글자는 야단맞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기억이 글씨보다 오래 남습니다. 아이가 쓰고 싶어 할 때 모양을 다듬는 쪽이 같은 노력으로 훨씬 빠릅니다.
※ 아이마다 자라는 속도가 다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학습 조언이며, 연필을 쥐는 것 자체를 오래 힘들어하거나 또래와 차이가 크게 느껴지면 전문 기관 상담을 함께 권해 드립니다.
글씨는 다 쓴 결과물보다 쓰는 동작을 봐야 알 수 있습니다. 화상수업에서는 카메라를 공책 쪽으로 비스듬히 두고 아이가 쓰는 손을 선생님이 보면서 진행합니다. 팔꿈치가 들리면 그 자리에서 “팔꿈치 내려놓고 다시”라고 짚어 줄 수 있고, 선생님이 화면에 칸을 그려 주면 아이가 그 크기에 맞춰 쓰는 식으로도 합니다. 쓰기 수업은 새 교재보다 지금 쓰는 공책 한 쪽이 제일 좋은 재료입니다.
수업 길이는 25~30분으로 시작하는 걸 권합니다. 쓰기는 손이 먼저 지치기 때문에 길게 잡으면 뒷부분이 버려집니다. 오가는 시간이 없으니 주 2회로 짧게 쪼개기 쉽고, 받아쓰기가 있는 주에는 글자 모양을 뒤로 미루는 식으로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한글과외와 숫자놀이를 한 선생님과 이어서 보시는 분도 많습니다.
목포에서 아이와 함께할 선생님을 찾고 계시다면 목포 동네 페이지도 함께 보세요. 수업이 화상이라 목록에 없는 동네도 똑같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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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글씨를 다듬을 때인지 손힘부터 키울 때인지 20분이면 갈립니다. 상담과 체험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