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단을 오르며 아이가 신나게 셉니다. “스물여섯, 스물일곱, 스물여덟, 스물아홉, 스물열!” 그러고는 “스물열하나, 스물열둘…” 하고 거침없이 이어 갑니다. 열까지, 스물까지는 막힘없이 세던 아이라 부모님은 잠깐 웃다가도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어떤 아이는 반대로 스물아홉에서 딱 멈춰 “그다음은 몰라” 하고 엄마 얼굴을 쳐다보기도 합니다. 안양 동안구에서 6살 아이의 이런 장면을 보고 계신 부모님을 떠올리며, 이번 글은 아홉 다음에 수 이름이 바뀌는 자리 하나만 다뤄 보겠습니다.
‘스물열’은 틀린 말이지만, 아무렇게나 나온 말은 아닙니다. 아이는 “스물 뒤에 하나, 둘, 셋… 을 붙인다”는 규칙을 이미 찾아냈고, 그 규칙을 끝까지 성실하게 밀고 나간 것입니다. 빠진 건 딱 하나, 아홉 다음에는 뒤를 붙이는 게 아니라 앞 이름을 바꾼다는 약속입니다.
같은 ‘스물아홉 다음’ 고민이라도 아이가 하는 말에 따라 막힌 곳이 조금씩 다릅니다. 고치기 전에 아이가 어떤 말을 하는지 한 번 들어 보세요.
우리말 수 이름에는 아이에게 까다로운 점이 하나 있습니다. ‘이십·삼십·사십’은 이, 삼, 사 뒤에 ‘십’만 붙이면 되지만, ‘스물·서른·마흔·쉰’은 앞의 수와 소리가 닮지 않아서 따로 익혀야 합니다. 그래서 규칙은 이해했는데 이름이 안 나오는 아이가 적지 않습니다. 둘 중 어디서 막혔는지 알면 놀이도 달라집니다.
규칙 쪽이 막힌 아이에게는 “열이 모이면 한 덩어리가 된다”는 장면을 여러 번 보여 주는 게 가장 빠릅니다. 말로 설명하기보다 손으로 묶어 보게 해 주세요.
빨대 묶기 — 빨대나 아이스크림 막대를 하나씩 세며 늘어놓다가, 열 개가 되면 고무줄로 묶습니다. “열 개가 모였네. 이제 이건 한 묶음이야.” 스물아홉까지 세면 묶음 둘에 낱개 아홉이 남습니다. 여기서 하나를 더 놓게 하고 “어? 낱개가 또 열 개가 됐네. 어떻게 할까?” 하고 물어보세요. 아이가 직접 고무줄을 감는 순간, 묶음이 셋이 되는 걸 눈으로 봅니다.
달걀판 채우기 — 열 칸짜리 달걀판(또는 종이에 그린 열 칸)에 단추를 한 칸씩 넣습니다. 칸이 다 차면 새 판으로 넘어갑니다. “판이 다 차서 새 판을 꺼냈다”가 바로 ‘아홉 다음에 앞이 바뀐다’는 뜻이라는 걸, 아이는 설명 없이도 느낍니다.
숫자 계단 놀이 — 거실 바닥에 종이 열 장을 깔고 한 칸씩 밟으며 셉니다. 열째 칸을 밟으면 “한 층 올라갔다!” 하고 손뼉을 칩니다. 층이 바뀔 때마다 “이번 층 이름은?” 하고 물으면 열, 스물, 서른이 놀이 속 구호가 됩니다.
세 가지 모두 놀이식으로 하루 10분이면 충분합니다. 매번 처음부터 셀 필요 없이 “오늘은 스물다섯부터 시작!” 하고 중간에서 출발하면, 아홉 다음 자리에 더 자주 닿게 됩니다.
이름 쪽이 막힌 아이에게는 “서른이야, 따라 해 봐”를 반복하는 것보다, 아이가 직접 판단해 보게 하는 편이 오래 남습니다. 빨대 묶음 세 개를 앞에 두고 이렇게 물어보세요. “엄마는 이걸 ‘스물열’이라고 부를 것 같아. 그런데 아빠는 ‘서른’이래. 누가 맞는 것 같아?” 아이가 고르면 “왜 그렇게 생각해?” 하고 한 번 더 묻습니다.
정답을 못 골라도 괜찮습니다. “묶음이 두 개일 땐 뭐라고 불렀지?” “스물!” “그럼 묶음이 세 개면, 스물 다음 이름이 필요하겠네.” 이렇게 아이가 자기 말로 이유를 이어 가게 하는 토론식 대화가, 이름 하나를 외우게 하는 것보다 다음 이름(마흔, 쉰)까지 훨씬 수월하게 끌고 갑니다. 이름 카드(열·스물·서른·마흔·쉰)를 만들어 묶음 개수와 짝 지어 보는 것도 좋습니다.
내년이면 7세, 그다음 해면 초1입니다. 서두를 일은 아니지만, 묶음으로 세는 감각은 나중에 두 자리 수를 읽고 쓰는 데에도 그대로 이어집니다. 지금은 ‘틀린 이름을 고치는 것’보다 ‘열이 모이면 한 묶음’이라는 장면을 아이 머릿속에 하나 심어 주는 데 집중해 주세요.
※ 아이마다 막히는 지점과 익히는 속도가 다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학습 조언이며, 유치원·학교·교재마다 큰 수를 다루는 시기와 순서는 다를 수 있습니다.
열 묶음 놀이는 화면 수업으로도 무리 없이 할 수 있습니다. 선생님이 화면에서 빨대를 하나씩 놓으며 함께 세고, 아이는 집 책상에서 자기 빨대를 똑같이 늘어놓습니다. 아이 입에서 “스물열”이 나오는 바로 그 순간 “잠깐, 낱개가 몇 개 됐지?” 하고 짚어 줄 수 있어, 틀린 이름이 입에 붙기 전에 바로잡기 좋습니다.
6살 아이는 20~30분 정도로 짧게 시작해 반응을 보며 늘려 가는 편을 권합니다. 오가는 시간이 없으니 유치원에서 돌아와 간식 먹고 잠깐 하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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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어디서 세기를 멈추는지 20분이면 보입니다. 상담과 체험은 무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