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는 백까지도 읽는데, 사탕을 주고 ‘몇 개야?’ 하면 ‘십오 개’라고 합니다. ‘열다섯 개’라고 고쳐 주면 그다음엔 시계를 보고 ‘열 시 열오 분’이라고 해요. 7살인데 이 정도면 수 개념이 없는 걸까요?” 가을 상담에서 자주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먼저 안심하셔도 되는 부분부터 말씀드리면, 이건 수를 모르는 게 아닙니다. 아이는 열다섯이라는 양을 알고 있고, 그걸 부르는 이름을 한 벌만 익힌 상태입니다. 우리말은 같은 수를 부르는 말이 두 벌이라, 이 시기에 섞여 나오는 건 오히려 자연스럽습니다. 살펴볼 것은 섞어 쓰는 것 자체가 아니라, 두 벌 중 한쪽이 통째로 비어 있는지입니다.
우리말에는 ‘하나·둘·셋’ 계열과 ‘일·이·삼’ 계열이 나란히 있습니다. 그리고 어느 쪽을 쓸지는 아이가 고르는 게 아니라 뒤에 무엇이 붙느냐가 정합니다.
그래서 “세 시 삼십 분”처럼 한 문장 안에 두 계열이 같이 나옵니다. 어른은 의식하지 않고 쓰지만, 규칙을 설명해 보라고 하면 대부분 설명하지 못합니다. 통째로 몸에 익힌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도 결국 같은 길을 가는데, 6살·7살 무렵엔 아직 한쪽이 덜 채워져 있어서 밖으로 티가 날 뿐입니다.
덧붙이면 ‘하나·둘·셋’ 계열은 열 단위로 올라가며 말 모양이 크게 바뀝니다. 스물·서른·마흔·쉰은 서로 닮은 구석이 없어서, 열까지는 술술 세던 아이가 스물여섯쯤에서 갑자기 막히기도 합니다. 반면 ‘일·이·삼’ 쪽은 이십육·삼십육처럼 만드는 방법이 단순해 외우기 쉽습니다. 개수를 셀 때도 자꾸 ‘십오 개’로 빠지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쉬운 쪽으로 간 것이지, 뒤죽박죽인 게 아닙니다.
고쳐 주기 전에 어느 쪽이 얼마나 차 있는지부터 보시면 좋습니다. 종이도 문제집도 필요 없고, 세 번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셋 중 하나만 되어도 늦은 게 아닙니다. 6살에 셋 다 되는 아이도 있고 8살에 첫째를 겨우 넘는 아이도 있습니다. 확인하는 목적은 점수를 매기는 게 아니라 오늘 어디를 건드릴지 정하는 것입니다. 아이가 두어 번 갸웃하면 그날은 한 칸 아래에서 노시면 됩니다.
가장 흔한 되돌이표는 아이가 ‘십오 개’라고 할 때마다 “열다섯 개지!” 하고 바로잡는 것입니다. 틀렸다는 신호만 반복되면 아이는 수 이야기 자체를 피합니다. 대신 그 말이 어울리는 자리를 보여 주는 편이 빠릅니다.
쓰기를 함께 요구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7세 무렵엔 답은 아는데 쓰는 게 힘들어서 하기 싫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말로 먼저 익히고 쓰기는 나중에 붙여도 늦지 않습니다. 놀이식으로 하되 하루 목표는 한 장면이면 충분합니다.
※ 아이마다 속도가 다릅니다. 이 글은 일반적인 학습 조언이며, 열까지 세는 것 자체가 몇 달째 어렵거나 말 이해에서도 걱정되는 점이 함께 보이면 전문 기관 상담을 권해 드립니다.
초1이 되면 두 벌의 이름이 교과 안에서 한꺼번에 나옵니다. 수를 배울 때 1을 ‘일’로도 ‘하나’로도 읽는다는 걸 같이 익히고, 시각 읽기에서는 두 계열을 한 문장에 붙여 써야 합니다. 미리 완벽하게 만들어 갈 필요는 없지만, 스물까지 우리말로 셀 수 있고 개수와 시각에서 부르는 말이 갈린다는 감각만 있으면 그 대목이 훨씬 가볍게 지나갑니다. 초2에서 시간과 길이 단위가 늘어날 때도 같은 감각을 계속 씁니다.
집에서 하다 어려워지는 지점은 대개 같습니다. 부모가 바로잡아 줄수록 아이가 입을 닫는다는 것입니다. 옆에서 한 사람이 틀린 자리를 지적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되받아 주기만 해도 몇 주 뒤가 달라집니다. 수업은 모두 화상으로 하고, 태블릿이나 노트북 한 대면 집 식탁에서 바로 시작합니다. 교구를 따로 사지 않아도 집에 있는 블록이나 간식으로 진행합니다. 짧게 자주 해야 효과가 나는 숫자놀이는 오가는 시간이 없는 쪽이 오히려 지키기 쉽습니다.
부평구에서 아이와 함께할 선생님을 찾고 계시다면 부평구 동네 페이지도 함께 보세요. 수업이 화상이라 목록에 없는 동네도 똑같이 가능합니다.